요즘 국내 양돈업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2013년 새해가 시작된 1월 주요 도매시장의 지육 경락가격이 3,000원까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생산원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 형성되자 양돈농가는 물론 양돈 관련기업들도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습니다.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우리나라 축산업계를 공포속에 몰아 넣었던 구제역 사태가 극복되는 시점에서 가격이 폭락함으로써 국내 양돈업계가 또한번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위 그림은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축산동향에 수록된 것입니다. 2012년 7월부터 지육가격이 4,000이하로 떨어져 올 1월말까지 반등하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돼지고기 가격이 생산비 이하로 떨어진 뒤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1월 지육가는 3,009원/㎏ (탕박기준)까지 떨어졌는데 돼지고기 생산비는 1㎏ 약 4,400원이라고 합니다. 돼지 한마리를 출하하면 8만원~10만원까지 손해를 봐야하는 현실입니다.
모돈 100마리를 사육농장에서 보통 1년에 2,500마리를 출하하는 것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연간 2천만원의 손해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말 어려운 상황입니다.
왜 이러한 상황이 초래됐을까요. 돈가가 생산원가 이하로 떨어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입산 돼지고기가 엄청나게 유입됐기 때문입니다.
2010년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2011~2012년 2년 동안 우리나라에는 647.3천톤(검역기준)의 돼지고기가 수입되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생산량의 절반(49%)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고 돼지고기 수입량이 역대 최대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2011년에는 373천톤이 들어왔는데 이는 2010년(179.5천톤)의 2배가 넘는 규모였고 2012년에는 2011년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77천톤이 연이어 수입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도 크게 낮아져 2010년 81%에서 2011년 59.5%로 역대 최고수준까지 떨어졌고 2012년에는 국내 공급량이 다소 회복되면서 74%까지 높아졌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이 수입이 많았습니다. 2011~2012년 2년 동안 삼겹살 수입물량이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45%이 291천톤에 달했습니다. 보통 삼겹살은 돼지 한마리에서 10% 정도(약 11㎏) 생산되기 때문에 2년 동안 수입된 삼겹살의 양을 따지면 우리나라 총 2년치 도축물량을 넘는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간에 국내산 돈육의 공급도 구제역 이전으로 회복됐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도축된 돼지는 1천4백만 마리였습니다. 구제역 후유증으로 급격히 줄었던 2011년 10,189천두에 비해서는 22.8%( 3,199천두) 급증했습니다만 예년에 비하면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2012년 증가한 도축두수는 구제역 당시 매몰처리했던 돼지 두수(약 330만두)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위 그래프는 2005~2013년까지 국내산 돼지 도축물량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구제역 이전인 2010년 14,600천두를 기록했던 돼지도축두수가 구제역 이후인 2011년 10,800천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구제역으로 인해 국내에서 돼지고기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크게 줄어들자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외국산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정부에서는 할당관세까지 적용해 문턱을 크게 낮추어 주었습니다. 수입산 돼지고기는 국내시장에 단기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뒤늦게 사육두수를 회복한 국내산 돼지고기가 정상적인 상황을 되찾아 예년의 물량이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지만 국내시장에 정착해버린 수입산 돈육에게 빼앗긴 시장을 쉽게 찾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구제역이라는 혼돈상황에서 무방비적으로 들어온 수입산 돈육과 일시적으로 출하량이 급증한 국내산이 맞물리면서 공급초과 현상이 빚어진 탓입니다.
이 와중에 경기마저 침체되어 전체적인 소비가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돼지고기 인당 소비량은 약간 늘었지만 이 소비량은 공급량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어서 착시현상일 수 있습니다.
국내 양돈업계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고민이 깊습니다. 한돈협회 등에서 모돈의 자발적 감축 등 고육책을 내놓고 있지만 쉽사리 해결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산 돈육 공급은 어떻게든지 줄일 수 있겠지만 이미 들어와 냉동창고에 대기중인 수입산 돈육이 시장이 풀리는 것은 막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국내산 공급을 줄여 가격이 오르면 수입산이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돼지가격은 학교들이 개학하는 3월이 되면 급식 수요의 증가로 다소 호전될 전망이나 생산가 이상으로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당분간 계속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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